Carpe diem.

이 글은 13년 2학기에 교양 수업으로 들었던 ‘문예 창작’의 과제로 써냈던 글을 가필 수정한 것입니다. 본디 문학 작품을 읽고 그와 관련된 에세이를 쓰는 과제여서, 억지로라도 작품의 내용을 포함시켰던 글이었으나, 그런 부분을 최대한 제거한 글이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청춘의 죽음

매일매일이 똑같은 하루라고 생각할 때가 있었다. 그저 어제와 다름없는 오늘을 보내고, 오늘같은 내일을 기다리는 날이 있었다. 몸은 건강하지만 머리가 정상이 아니었다. 하늘은 회색이거나 노란색, 혹은 형언할 수 없는 무지개(보다 더 화려찬란한) 빛을 띄었다. 도저히 이 현실에서 도망칠 수 없어서 그저 하늘을 갈망하던 나날이었다.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그저 정신을 잃지 않게 흐려지는 의식의 끈을 간신히 붙잡고 있는 것 뿐. 어떤 시기였는지 짐작이 가는가…? 예상할 수 있었겠지만, 군대에 입대 직후의 나는 그랬었다. 새로운 장소, 새로운 사람들, 새로운 문화. 모든 것이 내 모든 것을 뒤흔들어 놓았다.

군대란 으례 그런것이다. 이전까지의 나를 사회적으로 인격적으로 죽이고, 조직에 알맞은 부품으로 고깃덩어리를 가공하는 것이다. 한창 자의식이 팽창해있을 중고등학교 시절을 거치고, 이제 겨우 나 자신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할 수 있을만한 여유가 생기기 시작하면, 군대에 가는 것이다. 국가가 청춘에 심리적인 집단 사형을 언도하는 것이나 다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심 찾기

나를 나 답게 잡아줄 것이 필요 했었다. 자신이 자신이기 위한 것이 필요 했었다. 이전까지 주변 사람들과 관계속에서 부유함으로서 나 자신을 유지했던 방법이 더 이상 소용없게 되었다. 나 자신에게 좀더 충실했어야 했다는 후회를 해보지만, 이미 늦…었다기보다는 적절했을 때다. 그 당시가 22살이었으니. 그렇게 조금은 늦은 듯 싶지만, 타인에게 인식되는 내 모습보다, 스스로가 인식하는 자신을 더 중요시 하기 위한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아마 그 무렵부터였을 것이다. 모든 것에서 (비록 논리는 엉성할지라도) 이유를 찾기 시작한 것이. 그 전까지는 그저 즐거웠던 일에서만 이유를 찾았다면, 그 이후부터는 부정적인 감정까지 들여다 보기 시작한 것이다.

사실 말이 쉽지, 부정적인 나 자신을 들여다보는 것은 매우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상처를 헤집는 느낌이라고 하면 비슷할까. 스스로 싫은 것들을 일부러 다시 떠올리는 것이니까 자해와도 비슷한 측면이 있으리라. 하지만 꽤 효과는 괜찮았다.

그리고 아주 조금, 내 삶은 바뀌게 되었다.

나, 그리고 비일상의 나

전역 후에는 다시 이전과 비슷한, 하지만 조금 다른 삶을 살기 시작했다. 나 자신을 모든 일의 중심에 놓기로 한 것이다. 물론 군대에서 얻은 눈치로 적당히 저울질을 해가며 사람들의 기분을 상하지 않게 하는 선에서지만. 이러니저러니 말을 해도 결국에 내 인생을 사는 것은 나, 라는 당연한 사실을 몸소 실천하는 것이었다. 어떤 일을 해도 ‘내가 어떻게 느낄 것인가’를 먼저 생각하고, 그 다음에 다른 사람이 어떻게 느낄지를 생각한다. 그 둘 사이를 저울질하는, 일견 간단하면서도 실은 어려운것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아냈다.

그렇다. 비일상이다. 일상에서는 아무도 특별한 일을 기대하지 않는다. 하지만 뭔가 다른 점이 있어도, 굳이 그걸 신경 써서 본다거나하진 않는다. 귀찮고, 에너지를 쓰기 때문이다. 또 그래야 할 이유도 없고. 그렇게 매일매일을 내일은 또 다른 어제이기를 바라면서, 대부분은 살아가는 것이다. 하지만 더 즐거운 삶을 살고 싶었다. 살고 있다. 그렇게 살 것이다. 그래서 택한 방법은 별거 아니었다. 그저, 언제나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것이다. 일상속에서 느껴지는 비일상을 찍어두겠다는 생각을 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사실, 카메라따위는 어찌되든 상관 없다. 그저 조금이라도 인상적이고, 좀 더 기억해두고 싶은 광경이 눈앞에 보일 때 마다, 아주 잠시만 더 그 광경을 ‘즐기면’ 되는 것이다. 그것을 좀 더 실행하기 쉽게 (핑계거리와 당위성을 부여하는) 카메라를 들고 다닐 뿐이다. 멋진 사진은 덤일뿐이다.

그 후로, 인생에서 겪을 수 있는 멋진 것을 적극적으로 찾아다닌다. 맛있다는 얘길 들은 가게에 혼자서 찾아가서 맛을 보고 ‘생각보다 맛없어!’라든가 ‘맛있어!’라는 감상과 감탄, 혹은 비명을 (속으로) 내지른다. 물론, 먹기전에 사진을 찍는 의식Ritual은 절대 빼놓을 수 없다. 익히 알려진 의식의 효과로, 더 맛있게 먹을 수 있게되고, 언젠가 다시 그 사진을 보고 맛을 떠올리며 다시 찾아가볼수도 있을테고, 다른 사람들과 내 경험을 조금이나마 같이 나눌수도 있으니까. 혹은 그저 순수하게 ‘맛있어 보이는 음식’을 찍기 위한 것도 나쁘지 않다. 찍기 위한 음식이라도 좋다. 겪을 수 있는 모든 일에서 즐거움을 찾는 것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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