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명의 반짝임.

세상에는 여러 힘든 일들이 있기 마련이다. 그리고 마법이 듣지 않는 악령과 싸우는 것 또한 그러하다.
“이봐, 카시우스. 저 악령좀 처리해줄래?”
보랏빛이 감도는 검은 머리의 여자가 남자에게 부탁한다. 하지만 말투나 행동은 명령에 가깝다.
“알았다!”
물론, 중요한것은 그런 사소한 것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여자의, 트와일라잇의 마탄이 악령에게 먹히기는 커녕, 오히려 흡수당해서 더욱 거대화한 상황에서는 말이다.
“아 정말이지, 마력을 흡수한다는게 이런 의미일줄이야!”
툴툴대면서, 트와일라잇은 등 뒤의 석상을 올려다 본다. 지하 깊은 곳에 있는, 거대한 공간에 있는, 거대한 석상. 마법의 빛으로도 석상의 머리까지 비춰지지 않는, 압도적인 크기.
그때, 트와일라잇의 주머니속의 부등변 다면체가 기이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주점에서 만난 노인은 옛적에 탐사했던 일기장과 지도를 카시우스와 트와일라잇에게 넘겨 주었다.
“뭐, 정확히는 넘겨 받았달까, 그렇게 될 수 밖에 없었달까…”
밀림을 향하는 길에, 지도를 보면서 신전의 뒷문으로 가는 숲길을 찾던 트와일라잇이 혼잣말을 한다. 자신들에게 접근한 노인을 만나서, 주점 밖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죽이고 그 시체를 뒤져서 찾아낸 일기장과 지도였다. 그 광경을 보지 못한 카시우스는 여태까지 노인이 갑자기 쓰러진 것으로만 알고 있다. 그리고 트와일라잇이 얘기하지 않는 이상 평생동안 그리 알 것이다. 중간에 끼어든 양아치들과, 그중 한명을 분풀이로 죽이고, 밤중에 여관에서 습격당한 일은 차라리 사소한 것이리라.
“저기서, 이상한 소리”
필요한 단어 이외엔 얘기하지 않는걸까, 아니면 필요한 단어 외엔 알지 못하는 걸까. 카시우스는 풀숲을 가리키며 트와일라잇에게 얘기한다.
“흠… 뭐 별거 없는거 같은데, 직접 들어가서 확인해보지 그래?”
고개를 갸웃하며 미소 짓곤, 트와일라잇은 카시우스에게 손짓했다. ‘흠…’하는 소리를 내며, 카시우스는 풀숲 안을 휘젓고 돌아다닌다.
있었던 것은 작은 토끼와, 뒤돌아 올 때 습격한 악령 한마리 뿐이었다. 트와일라잇의 지시로 뒷찌르기를 멋지게 성공시키며 격퇴한 악령을 좀 더 신경 썼어야 했다. 하지만 트와일라잇의 한마디는 그런것을 잊게하기에 충분했다.
“어머, 역시 카시우스처럼 든든한 성기사와 함께하길 정말 잘했어!”

트와일라잇이 빛나는 부등면다면체를 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아니, 사실은 좀 자주 보긴 했다. 주로 무언가의 동력원으로 쓰이는 그런 물건이었으니까.
“흠… 그 노인네의 일기에는 이 물건에 대한 얘기는 없었는데…”
신전 지하 2층의 어느 방 안에 놓여있던 부등변다면체를 보며 트와일라잇은 중얼거린다. 그 뒤에 중얼거린 ‘망할 노인네 좀 자세히 써두지..’는 다행이도 카시우스에게 들리진 않은 것 같다.
부등면 다면체의 옆에 해골이 하나 널부러져 있지만, 이런 오래된 유적에서는 자주 보이는 물건이다. 트와일라잇은 부등면 다면체를 집어든다.
달그락거리는 소리와 함께, 해골이 갑자기 트와일라잇의 옆구리를 깊게 찔렀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카시우스가 잽싸게 달려들어 해골을 방패로 후려치고, 다리를 베어내고, 다시 방패로 밀어붙여 바닥에서 옴짝달싹도 못하게 만들기까지는 그야말로 순식간이다.
“이…이…이 해골바가지가!!!”
아픈 옆구리를 부여잡고, 트와일라잇이 단검을 들어, 천천히 해골의 머리를 쪼갰다. 빠각, 하는 경쾌한 소리와 함께 해골에 스며있던 마력이 흩어지는 느낌이 든 트와일라있은 신경질적으로 카시우스에게 얘기한다.
“저거! 완전히 박살내버려! 죄다 두동강 내!”
“…알았다.”

옆구리에 난 상처를 대충 수습한채, 몇시간을 힘겹에 휴식을 취한 트와일라잇이 툴툴댄다. 주문을 다시 준비하고, 그 동안에 카시우스가 파수를 서준다. 그리고 내려온 지하 3층은, 그야말로 심연이었다.
“앞이 하나도 안보여! 내려온 계단만 따지면 아마 10층정도 내려왔을거야! 카시우스! 앞서줄래?”
이 짧은 모험동안, 카시우스는 많은 것을 배웠다. 첫 수행 모험이기도 했고, 그 파트너가 하필이면 마법사인 덕도 있었다.
“알았다.”
트와일라잇의 말을 따랐다가 위험에 처한게 이 짧은 시간동안 한손으로 셀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섰다. 두 손을 다 써서 세어야 한다는 것은, 카시우스에게 너무 ‘많다’. 점점 석연치않아지는 기분을 뒤로한채, 카시우스는 앞장서서 내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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